

“ 실험 시간이네에~ 너도 기대하고 있지, 괴이 군? ”


千面影旅
천면영려
222세|184cm



겉모습만큼 의미 없는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아하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짙은 갈색 머리칼을 땋아내리다가도, 금세 지루해졌는지 대충 머리장식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제 주인을 닮아 차분하지 못한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엉키고 흩날렸으나 천면영려가 그런 걸 신경 쓸 위인인가.
위로 쫙 째진 눈매는 날카롭다기보단 피곤해보인다는 인상을 먼저 주었다. 그야 눈가에 짙게 드리워진 음영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기 때문일 테다. 왼쪽 눈 아래에 자리잡은 점 또한 이 피로의 산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 맺힌 금색의 눈동자만은 또렷이 빛났는데, 항상 이상한 실험을 구상하고 있는 탓인지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모습이 섬뜩해보이기도 하였다.
반대로 그의 오른쪽 눈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다른 이의 형상을 하고 있을 때에는 알 수 없는 것이 물론이거니와, 그의 본모습이라 알려진 외형일 때는 항상 보제로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이는 마치 상어와도 같아 살짝 긁히기만 해도 살가죽이 붉게 달아올랐다. 보이는 만큼 치악력도 어마어마한지, 소동물을 뼈 째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입는 모든 옷은 언젠가 창현국 전체에 걸쳐 크게 유행했던 것, 또는 작은 씨족이 입던 특이한 것, 혹은 아무런 특색 없는 것 등 다양했는데, 모습을 훔친 이의 의상까지 그림자로 만들어 훔쳐 입는 듯 했다. 때문에 천면영려의 옷은 그의 체온만큼 차가웠으며, 불에 타지 않았고 손상될만한 피해를 입으면 다시 그림자로 돌아가기만을 반복했다.
그러나 천면영려에게도 확고한 취향은 있었는지 흰색과 붉은색을 즐겨 입었다. 그림자 요괴의 피가 섞인 이라곤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따뜻한 색을 말이다···.




환력


환영극단
혼 없는 이들아, 어서 나와 함께 놀아보자꾸나.
본체의 그림자를 쪼개어 환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은 환영이지만 특이하게도 실체를 가지는 것이 가능했는데, 천면영려가 모습을 훔친 자들의 모습으로만 나타날 수 있었다.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나 전부 본체인 천면영려가 전하는 내용만 말할 수 있다.
개체 하나하나의 위력은 약하나 여러 환영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공격은 가히 황룡께서 내려주신 환력이라 칭할 만 했으나 파군에 들기에는 파괴력이 다소 떨어져 탐랑으로 소속되었고, 그의 환력은 이곳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적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쪽에서는 따라올 이가 없는 환력이라고 평가되었으니까.
그러나 너무 많은 환영을 불러내어 본체의 그림자가 한 톨도 남지 않을 시에는 즉시 모든 개체가 본체의 그림자로 돌아오며, 천면영려 또한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육신이 녹아내려 그림자 속에서 회복해야만 했다.




보제


천면영려의 보제는 가면이 되기도, 탈이 되기도 했으며 때로는 안대나 면사의 형태를 띄었으나 기본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물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면영려가 보제를 착용 중일 때는 그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라는 소문이 돌기는 하나, 진실은 어디까지나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야 천면영려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자가 아닌가!




성격


괴짜 | 장난스러운 | 대범함 | 얄미운 | 계산적인
천면영려를 처음 보는 이도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괴짜라고. 처음 보는 괴이에게 연구하게 해달라며 눈을 까뒤집고 달려드는데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토벌 중 마수에게도 말을 거는 버릇이 그를 다른 이들과 더욱 동떨어지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커녕 아무런 반응조차 돌아오지 않았고, 그들은 오로지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으며 덧없이 사라졌으나 천면영려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어쩌면 그 너머의 다른 존재에게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마치 연극과도 같은 과장스러운 몸짓, 그리고 어투. 천면영려는 지루한 것을 견딜 수 없어했다. 혼자서도 일인극이 가능한 몸이니 시시각각 바뀌는 그의 모습은 보고 있는 이의 혼을 쏙 빼놓았다.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이니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진담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 테다.
그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제 한 몸 불사를 수 있을 정도로 대범했는데, 여느 혼혈과 같이 낙화를 꺼리는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혼과 육신이 다시 완전히 수복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에 하지 못하는 연구들이 아깝다며 치명상만은 피하려고 하니, 때문에 탐랑이면서도 조금은 얄미운 전투(혹은 연구) 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쉴 새 없이 놀리는 그 입도 작용했을 터다.) 장난스러운 그의 평소 행실도 한 몫 했기 때문에 만약 마수가 지성이 있는 생명체였다면 딱 화를 돋구기 좋아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리 가벼워 보이는 천면영려에게서도 계산적인 모습을 쉬이 볼 수 있었다. 그야 아무리 자유롭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을 책임지고 있는 방주方主된 몸이 아닌가. 기본적인 재물 없이는 연구도 할 수 없으니 장삿속이 어두운 이들은 그의 세치 혀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말이다.




기타


재천방
하늘의 이치를 다시 세우리라.
창현국 내의 갈 곳 없는 발명가와 연구원, 그리고 박물학자들이 모인 곳. 괴이, 인간, 혼혈이 전부 섞인 집단이다. 주된 근거지는 주역 사막의 어느 모래 구덩이 위로, 특이하게도 건물이 방주方舟의 모양을 하고 있다. 비행 능력이 있는 괴이들의 신력 및 요력을 모아 동력원으로 만들어 창현국 곳곳을 누비는 듯 하다. 이들은 방주方主인 천면영려를 필두로 괴이의 본질에 대한 연구 및 그 힘을 이용한 도구 발명에 힘을 쏟고 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쓰잘데기 없는 잡동사니나 만들고 있는 것 같으나, 드물게 기적이라고도 불리울만큼 우수한 발명품들이 탄생하면 왕께 진상하여 양민들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다.
재천방 산하의 연구원들은 특이하게도 한 곳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지 않고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직접적인 경험을 쌓는 것, 그리고 숨겨진 문헌이나 전설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을 중히 여겼는데, 이는 방주方主인 천면영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게 방주부터가 가만히 붙어있질 못하고 언제나 밖으로 나돌아다니니 당연한 일일 터. 어쩔 때는 상인의 행상길에 함께하기도 하고, 마을의 자경단에 용병으로 들어가는 등 각지의 법과 풍습, 그리고 자연물들과 괴이를 직접 몸으로 마주하고 돌아와 발명품 개발을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인세에 밝은 이들은 굳이 힘들고 궂은 일을 도맡는 자들을 이상하게 보다가도 재천방이라는 이름을 대면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방주처럼 신분을 밝히지 않고 ‘연구’를 하러 나가는 일도 잦기는 했지만.
천면영려
그림자 속을 헤매는 천 개의 얼굴
천면영려. 천 개의 얼굴이 그림자 속을 떠돌아 다닌다는 뜻으로, 그의 호는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다. 여타 괴이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듯이, 그 또한 입을 다물고 다녔으나 호마저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그림자 속에 숨어 떠도는 그의 행적에 흥미가 동한 호사가들이 떠들다 나온 호가, 바로 천면영려. 애초에 본인이 따로 정해둔 호도 없었는지 굳이 정정하지도 않아 그대로 굳어졌다.
그의 정체는 인간과 그림자 요괴의 혼혈.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모습과 낙화조차 꺼리지 않는 면을 보곤 혼혈이 아니라 요괴인 것 아니냐는 말도 돌았으나, 그림자 속에서 지내다가도 배고프다며 굳이 나와서 식사를 하는 것이 쉬이 목격되자 혼혈 쪽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실제로도 혼혈이 맞으니 소문은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이번에 처음으로 황룡의 부름을 받아 호중천에 속하였으나 부름을 받기 전에도 마수를 연구하기 위하여 각지를 떠돌아다니다 윗 대의 호중천들을 자주 마주쳤었다. (천면영려 본인이 마수와 직접적인 전투를 할 때도 있었으나 대개 치고 빠지거나 그림자에 숨어 호중천과 마수들이 싸우는 것을 몰래 훔쳐보는 얌체 짓을 했다.) 때문에 호중천이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이미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지루한 것을 정말 못 견뎌 한다. 때문에 발전한 쓸데없는 특기가 바로 눈 뜨고(!) 조는 것. 웬만해선 평소의 그와 구별할 수 없으나… 천면영려가 유독 조용하다면 졸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해보는 편이 좋을지도.
해산물, 특히 가재를 굉장히 좋아한다. 과거 창현국 곳곳을 떠돌아다닐 적에 명엽에서 한 번 먹어보고 반했다고. 때문에 재천방주再天方舟 근처에서 빙상 낚시를 즐기는 천면영려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입질이 오기까지 기다리다가 지루해져 조는 경우가 잦아 낚시 성공률은 낮은 편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