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도 한 잔 하겠어? ”


刀陨天
도운천
329세|183cm
외관 나이 20대 초반



결 없이 자라난 모양새의 붉은 머리카락, 그 틈 사이로 여러 개의 뿔이 있다. 가장 큰 뿔은 부러져 밑동만 남은 상태. 하나뿐인 연둣빛 눈동자는 밤이면 형형하게 빛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왼쪽 눈동자가 있었던 자리는 깨끗한 천으로 감아두었다. 굵은 눈썹과 올라간 눈꼬리 탓에 자칫 사납게 보일 수도 있는 분위기지만 첫인상에서 비롯된 오해는 말 몇 마디면 쉽게 풀리고는 한다. 불에 덴 것처럼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 곳곳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으나 얼핏 보아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체형. 뿔을 제외한다면 단순히 외형만으로 괴이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주로 움직임에 제한이 없는 편한 옷을 즐겨 입는다…지만, 실상은 되는대로 주워 입는 것에 가깝다. 허리춤이나 소매, 혹은 손에 작은 호리병을 항상 들고 있다.




환력


청염 (靑炎)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불꽃을 소환하여 마수를 불태운다.
환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신력으로 다룰 수 있었던 붉은색과 흰색 불보다 좀 더 높은 온도인 푸른 불꽃을 피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모든 불꽃은 당사자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나 그 색에 따라 따뜻한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대상을 발화점으로 삼아 바로 타격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지만 쉬이 선호하는 편은 아니며, 주로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피해를 주는 방식을 택한다.


명예직님 커미 션


보제


주로 휴대가 편한, 손바닥 크기만 한 호리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물론 내용물은 100% 주류. 본신의 힘이 바닥나거나 주변에서 축적할 기운이 없을 때가 아니라면 술이 마르는 일이 없다…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기회만 생긴다면 외부에서 구한 주류를 채워넣기 바쁘다. 직접 빚은 술은 맛과 향이 다르다나.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충분한 양의 주류가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얄따란 술잔으로 형태를 바꿔 주도락(酒道樂)에 알뜰히 이용하는 중. 보제라고는 하지만 취급하는 태도를 보면 편리한 잡기에 가깝다.




성격


[무던한 중재자]
"그래그래, 그대 말도 옳고 그대의 말도 옳으니 슬슬 화해- 어이구, 조용히나 하라고?"
성미가 까다롭지 않고 수더분하다. 면전에서 대놓고 자신을 비웃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으로 부정적인 감정표현의 발화점이 굉장히 높다. 특별한 호불호도 없이 물 흐르듯 상황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거나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립하는 의견에 전부 공감해버리는 탓에 중간에 끼인 채 웃고만 있을 때가 종종 있기도….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훌륭한 청자가 필요하다면 좋은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 술 한 병과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 유연한 화해를 원할 때 역시 중재자로 선택해봄 직하지만, 확실한 승패를 결정하고 싶을 때의 심판으로는 부적격하다.
[얽매이지 않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은 없지."
물욕, 없음. 소유욕, 없음. 뒤끝, 절대 없음! 한없이 가벼운 태도로 팔랑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끔 신령이 맞나 하는 정당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만물에게 차별 없이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취하지만 특정한 관계에 집착하거나 매달리지 않는 등 맺고 끊음에 미련이 없다. 어렵지 않은 부탁은 당연하게 들어주기도 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재차 부탁하면 수락하고야 마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는 일은 없다. 고정쇠 없이 자유로운 성향은 신령보다 요괴에 걸맞게 느껴진다.
[인간친화적인]
"그대들이 너무 기특해서 그래."
인간을 보호해야 할 하위 존재로 여기는 괴이 중에서도 특히나 별종으로 취급될 만큼 인간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 한정 오지랖이 흘러넘친다. 만약 덮어두고 인간 친화적인 성향에 관해 묻는다면 상황에 따라 여러 대답을 들려주지만 대체로 '기특하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대부분.
[호전의 잔재]
"벌써 파장이야? 재미없게!"
…이렇듯, 유(柔)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온화한 성격이나 본디 날 때는 좀 더 호전적인 성향이 강한 신령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워 현재에 이르렀다지만, 아직 간간이 과거의 성격이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가령 겨룸에 관한 것. 주어진 싸움은 마다하지 않으며 설령 아군일지라도 눈에 띄는 상대가 있다면 손을 섞어보기를 망설이지 않으나 호중천에서는 그러지 못함을 내심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지나치게 신이 날 때면 과거에 배운, 길거리 시정잡배들이나 쓸만한 저렴한 단어를 섞어 쓰기도 한다.




기타


一. 근원
몇백년 전, 창현국 전체에 쏟아진 유성우 중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주역, 그중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촌락 인근에 떨어진 유성 하나를 마을 사람이 발견하여 가보이자 마을의 신물로 여기기 시작했고, 수백의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신령으로 화했다.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마을 인근에서 머물렀으며 간혹 마을을 벗어나더라도 주역 바깥으로 나선 적은 없다.
근원에 대해서는 딱히 떠벌리지도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다. 약점을 들켜 패배할 거라면 애초부터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여기는 쪽. 유성에서 난 존재답게 단단하며 재빠르다.
二. 사석촌(沙石村)
모래와 돌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인 사석촌은 지리적 특성상 광부와 대장장이들이 모여 꾸려진 곳으로, 창현국 전체에서 제련 기술로 따지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지만 마을을 가로막은 거대한 사막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 채 작은 촌락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다. 주기적으로 사막을 건너와 생필품을 팔고 무기 등 제련품을 구매해가는 대상단을 제외하면 외부인의 출입이 힘든 고립된 촌에서 신령이 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도운천은 오랜 시간동안 사석촌의 신령으로 모셔졌다…고는 하나, 말이 그랬을 뿐 타지역의 신령과 인간처럼 그린 듯한 경애와 빈틈없는 보호를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마을의 신령을 신줏단지 모시듯 귀히 대접하기보다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스스럼없이 대했으며,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기꺼이 요청하는 대신 신령이 신경 쓰지 않는 상세한 부분을 살펴주는 공생관계에 가까웠다. 이렇듯 기묘한 관계에도 신령과 인간, 그 어느 쪽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으니 사석촌은 제법 훌륭한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한순간, 신령의 부재를 틈타 마수가 마을을 덮쳤고 뒤늦게나마 이상을 알아차린 그가 돌아와 방비에 성공했으나 그 또한 큰 피해를 당하고 끝내 낙화하고 말았다. 현재 사석촌이 있던 곳에는 반파된 마을 터만 남아있을 뿐, 아무도 살지 않는다.
三. 호중천
사석촌에서의 마지막 낙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황룡의 부름을 받았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응답했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대의나 호승심, 소원이 아니라 ‘갚아줄 빚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괴이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인지라 당연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四. 도운천
다혈질 청년처럼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행동이나 말투는 노인의 것과 흡사하다. 주로 사석촌의 노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거지를 보고 배운 듯. 느릿하고 부드러운 언행을 보고 있자면 일견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시에 험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욕설 등도 배웠지만 자주 써먹지는 않는다. 타인을 부르는 호칭은 전부 '그대', 존칭은 없다. 어차피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뭘….
과거,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다. 마수는 물론이고 요괴나 신령, 심지어 인간과도 여럿 손을 섞은 적 있다. 인간을 상대로 한 싸움은 제대로 된 결투라기보다는 내기에 가까웠지만…. 그와 일면식이 있는 괴이는 대부분 서로 겨뤄본 적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 제 안위를 챙기지 않았다 보니 여러 번 낙화한 적 있다. 나이대에 비해 꽤 많은 횟수지만, 본인 스스로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내기 중독자라고 일컬어도 반박하지 못할 만큼, 내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숨 참기와 같은 사소한 내기에서부터 마수의 생사를 걸고 하는 진중한 내기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 결과에 따른 보상이 달려있다면 더 좋지만 그런 것 없어도 행위 자체를 즐겨하는 편. 물욕이 없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을 보상으로 요구해도 그러려니 들어주고는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코 술.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인간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대는 탓에 근처에 가면 항상 주취를 맡을 수 있다. 괴이도 취하냐는 질문을 하는 이에게는 직접 증명해보라며 대작을 권하나 결코 지거나 취한 모습을 보인 적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싫어하는 것은, 글쎄...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