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잔 받아, 거절은 그대의 답이 아니니. ”

焒
려
429세|183cm

익명 지인 커미션


백년의 시간이 흘렀을지라도 외형 상 큰 변화는 없다. 선명한 붉은색의 머리카락은 짧게 잘라내어 옆으로 땋아 정돈했고, 하나뿐인 연둣빛의 눈동자는 여전히 타오르는 것처럼 번뜩인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얼굴 일부분과 손, 발을 제외하고는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모양새.
외형 중 유일하게 괴이임을 알 수 있었던 뿔들은 전부 잘려나가 덩그러니 밑동만 남아있다. 두건을 쓰고 있으면 평범한 여행자처럼 보일 뿐, 괴이로서의 특징은 찾아볼 수 없다. 평소 의도적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이유 중 하나.




환력


청염 (靑炎)
청염靑炎 가로되, 그대 걷는 길 여기까지라.
작열하는 푸른 불꽃을 피워내 적을 불태운다.
기존 신력으로 다룰 수 있었던 붉은색과 흰색 불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인 푸른 불을 불러낼 수 있다. 모든 불꽃은 당사자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으며 색에 따라 따뜻한 정도는 느낄 수 있다. 특히 푸른색의 불꽃은 오직 마수에게만 옮겨붙어 해를 입히며, 사람이나 괴이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보제


한 손으로 쥘 수 있을만한 크기의 자기병.
때에 따라 잔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하나 대부분 병의 형태를 취한다.
본연의 힘이 바닥나거나 주위에서 축적할 기운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온갖 종류의 술이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하수분(河水盆)과도 같다. 술 외에도 불꽃이나 요력, 환력을 흘리기도 한다. 백 년 전보다 전투에 활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를테면 불꽃을 끼얹는다던지, 쥐고 휘두른다던지. 부서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아주 만족하는 중.




성격


[누긋과 단호]
“그대, 생각을 다시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어.”
여전히 수더분하고 부정적인 감정표현의 발화점이 높다. 제 의견을 앞세우지는 않으며 혹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는 경우는 없으나 예전보다 주관이 뚜렷해졌다. 옳으면 옳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해야할 때는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대체로 저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무신경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이 없고 아무래도 좋은 느낌이나 타인, 특히 인간과 관련된 일에는 단호히 자아를 드러낸다.
[일방적인 인간애人間愛]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무엇이든 내어주지.”
한 곳에 매이지 않고 온 창현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보아왔으며, 당연하게도 그 군상에는 호오(好惡)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을 사랑하며 아낀다. 비록 백 년 전의 친애와는 다른 형태일지언정. 과거에는 그들 속에 섞여 살며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았다면 현재에 이르서서는 려의 일방적인 베품에 가깝다. 려가 주는 도움은 당연한 일이며, 사람은 결코 보답을 해서는 안된다. 사람을 위해 괴이 한 둘의 희생쯤은 되려 기껍다. 괴이의 존재란 본디 그런 법이니.
[호전적인]
“낙화? 그대야,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써?”
거리낄 것이 없으니 호전적인 성향은 한층 더 강해졌다. 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제대로 겨룰 수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상대한다. 제 몸 하나 상하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낙화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완전히 죽는 것은 별개의 경우이나 괴이의 경우 핵만 보존한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으니 낙화를 죽음이라 여기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면 신경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다만 경우를 아는 괴이인지라 홀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정도의 눈치는 보는 듯 하다.




기타


一. 근원
몇백년 전, 창현국 전체에 쏟아진 유성우 중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주역, 그 중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촌락 인근에 떨어진 유성 하나를 사석촌의 촌장이 발견하여 가보이자 마을의 신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신령으로 화했다. 근 삼백년의 시간을 내내 사석촌에만 머무르다 7차 호중천 소집이 있기 몇 년 전, 마수의 습격으로 마을이 멸망하자 처음으로 토벌에 참여했다.
근원에 대해서는 딱히 떠벌리지도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다. 약점을 들켜 패배할 거라면 애초부터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라 여기는 쪽.
二. 근황
7차 호중천의 해산 이후 온 창현을 방랑했다. 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왔으며, 이 과정에서 덕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괴이임을 내세우지 않고 인간을 흉내내거나 여러 이름을 돌려쓰는 등 온갖 수작을 다 부렸다. 과거에는 인간에게 받은 이름 하나만을 사용해왔으나 현재는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붙이는 쪽에 가까우며, 그간 쌓인 이름만 해도 수십개에 달한다. 그 중 몇 개는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 그나마 근방에 알려진 이름에는 도향, 자담, 저쩌구가 있으며 최근에는 려(焒)라는 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인간에게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당사자가 이 꼴이니 사석촌 이후 신앙이 모일 턱 없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근 백년동안 신령에서 요괴로 변이했다. 본인은 오히려 이 쪽을 더 기껍게 여기는 듯.
我. 려
느긋하던 말투는 조금 더 젊고, 직설적으로 변했다. ‘그대’라는 호칭을 제외한다면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청년과도 같다. 이제는 욕설도 많이 알지만 일부러 사용하지는 않는다.
백년의 시간동안 요력도, 환력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안면있는 이들의 경우 오히려 퇴보하지 않았나, 라고 느낄 가능성도 있다. 최소 한 번의 낙화를 겪었다. 곡옥의 사용처는 알려져있지 않으나 소지하지 않은 것을 보면 누군가에게 주었거나 어딘가에 사용하기는 한 듯 싶은데....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다. 사람과 술, 그리고 내기,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싸움. 그러나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지냈던 예전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거리를 두는 편이고, 섣불리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정 선 밖에서 지켜보며 곤란한 일을 겪는 이를 도울 뿐이며 반드시 필요한 교류만을 하다가도 슬쩍 자리를 피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 겨룸이나 싸움, 대련이라면 반색하고 덤벼드는 편이나 인간과는 겨루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은 하나 생겼다.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대부분 마수지만 때에 따라 그 대상이 인간, 혹은 괴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대에게 적대감을 표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