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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념과 탐심에는 형태가 없지요. 이제야 보입니다,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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晦魄
회백

853세|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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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hkswk9800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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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아하니 불균형한 것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 온전한 존재는 회백 자신이다. 표정은 여전히 다채로웠으나 말 않을 때는 잔잔했다. 하지만 생기 가득한 물과 같으니, 자그만 움직임에도 물결을 일으키듯 낯색을 바꾸곤 했다. 특히 타인에게 가르침을 구할 때 적극적으로 요동쳤다. 아직도 그 모양이다. 한결같은 버릇이던 탓이다. 이를 100년이라는 짧은 세월이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극적인 변화는 줄어들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었다. 한편 느긋하고 가벼운 행동은 천성이었던 모양이다. 그 행동거지 역시 제 몫으로 돌아왔다. 가끔씩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뜸을 들이기는 해도, 이전만큼 버벅거릴 일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시선을 잡아끈다면 낯이 아니라 자잘한 행실 탓이었다.

 

나머지는 천천히 제 위치를 찾아갔다. 먼저 양쪽에 균일하게 돋은 뿔이 보였다. 사실 보인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뿔은 투명에 가까워서 각도에 따라 안 보이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뿔에 내걸린 천 조각만 둥둥 떠다니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아름드리나무에 천으로 걸어둔 기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천 조각마저 빼놓는 일이 많아 떠도는 말만 많았다. 여전히 주저함이 많고 느리게 흘러가는 몸짓은 여러 겹의 옷과 함께했다. 하지만 꿰어 입을 곳 잘 맞춰 입었고,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천은 저리로 치웠다. 한결 편하여 제 행실에 맞는지, 옷소매가 멋대로 펄럭거리는 소리는 줄어들었다.

 

때로는 불균형이 몸에 맞을 때도 있다. 이자가 이마에 묶어둔 천은 여전했다. 뒤로 매듭짓는 법 없이 삐뚜름히 옆으로 매어놓았다. 머리카락은 잔머리를 억지로 눌러내려 얌전했다. 진한 군청빛과 흑빛을 오가는 머리카락은 반묶음 형태로 늘어트렸다. 그 아래의 눈은 밝은 청록빛을 하며 만물을 탐색하기 바빴다. 다만 눈동자의 총기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로지 선명할 뿐이었다. 허리에 있던 오색찬란하던 구슬의 존재도 마찬가지였다. 걸을 때마다 짤랑거리던 장식은 없다. 대신 구슬 몇 개만 골라 따로 장식으로 만들었는데, 색상 따위는 맞지도 않았다. 하얗고, 푸르고, 역시 멋대로 골랐다. 허리 뒤로 묶어서 길게 내려온 천에도 커다란 구슬 셋이 따라오는 상태를 보아하니 퍽이나 구슬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대해 커다란 긍정도, 부정도 없다. 적당한 수긍뿐이나, 그리 답하면서도 본심은 오직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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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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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괘

속이 텅 비었던 구슬이 물을 머금었다.

구슬 안에 담긴 물은 몇 배로 불어나, 밖으로 나오는 동안 모두 얼음으로 빚어졌다. 묵직한 얼음은 높고 두터운 빙벽이 되었고, 때로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찌르기도 했다. 얼음을 통해 누군가 가는 길을 붙잡기도 다반사였다. 얼음이 가는 대로 막지도 못했던 이전과 달리, 제법 번듯하고 깔끔하게 얼음을 빚어낼 줄 알았다. 다만 물이 거센 해일 수준으로 몰아치는 일은 없었다. 물은 새어나가는 순간 모두 서늘한 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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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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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주변에 허연 실구름이 스쳤다.

옷자락이 펄럭이면 그렇게 보이기도 했지만, 실상은 구름과 무관했다. 천이 길게 늘어져서 흩날렸던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특별히 둥둥 떠다니거나, 이자의 기분에 맞춰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옷차림이나 행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슬쩍 물러나있는 정도였다. 다시 말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린다는 쪽이 더 적절했다. 허리에서 묶여 내려온 허연 천 끝에는 커다란 구슬 세 개가 빠지지 않게 묶여있다. 이중 하나만이 보제가 아닌 것이, 매듭이 풀리는 광경을 본 이들이 없었다. 색색의 구슬은 속이 비어있어서 물을 채우기 용이했다. 그래서 구슬이 아니라 그릇이 아니냐고 하는데, 명칭은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이상하게도 보제는 움직일 때마다 묵직하기보다는 가볍게 흔들린다. 처음부터 속이 꽉 찬 구슬은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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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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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바를 말씀해주십시오, 선생. 저 또한 뜻을 밝히겠습니다."

 

100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그 성정 어디 안 갔다. 사방팔방으로 보고 들었으면서도 궁금한 분야는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른다. 대외적으로는 운명을 뛰어넘거나 이를 부정하기 위한 힘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여전히 같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차츰 하나씩 건드려 보는 행위는 회백이 으레 잘하던 짓이었다. 여기에다가 상대방의 의견을 청하곤 했다. 끝없는 질문은 습관과 같으나, 맥없이 물결에 휩쓸려가는 해초와 다르다. 제 나름의 심지가 돋아나 자신의 주관 또한 밝히곤 했다. 어떠한 현상을 습득하고자 들여다보는 건 같지만, 예전에는 제 주관을 억지로 씻어내려 했다면 지금은 제 나름의 기준에 의거하여 판단했다. 정확히는 하나씩 구체화하고 있음이 옳다. 아직 강력히 피력하는 일은 드물지만, 점차 뿌리는 단단해지고 있다. 타의에 휩쓸리려다가 주관을 잡고, 주관을 잡으려다가 휩쓸리면서 점점 중심을 찾았다. 계속 이대로 타의에 밀려 떠내려가기에는 남은 시간이 참 많았다.

 

 

 

"소원을 이루십시오. 하늘의 뜻이란 없더이다. 한데, ...저는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요하시면 따르지요."

 

차츰 배워간다고 하지만, 체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묻는 말이 많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였다. 지식, 정보, 견문 등 무언가 취하고자 하는 욕심도 참 많았다. 이렇듯 자신이 명민하지 않음을 감출 생각이 없었으나, 특별히 자신을 낮추는 말은 줄어들었다. 식견이 낮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머뭇거림과 불안함은 태연하게 감추고 다녔다. 회백은 자신이 걸어온 시공간 외에도 타인이 겪은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몇 백 년 살았어도, 세상은 여전히 알고 싶은 공간이라는 것이 그자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잡다한 정보는 회백의 밑바탕이 되었다. 드디어 자신만의 답을 찾기 시작한 자에게 수많은 경험과 사례는 그자의 안목을 키우기 좋았다. 본디 갖고 있던 성정은 아니었던 터라 생각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에 가까우며, 주변 상황을 참고하고자 하는 체화까지 겸비하는 중이다. 물론 커다란 고뇌까지 담기엔 생각이 몇 박자 느리긴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안다. 여전히 하늘의 뜻은 없으며,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 모든 것이 하늘에 달려있다는 운명론에 회의적었으며, 진취적인 삶에 흥미를 보였다. 그렇다고 버거운 염원까지 손댈 수는 없다. 100년 안에 내린 결론이다.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하지만, 들어주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함께하기 원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것은 상대방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는 성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어찌되는지 말이 다르다. 이것이 관용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무자비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풍문과 무관하게,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은 그대로라고 하였으나 뚜렷한 진실은 없다.

 

 

 

"마땅히 따라야 할 일인데, 무엇을 더 따져야 합니까?"

 

자신을 바로잡으면서 본인의 욕심 또한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위해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려고 애를 썼다. 간혹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결심이 깊은지 고민하기 바빴다. 유달리 중심을 찾으려는 부분은 다름 아닌 소원이었다. 모처럼 신령이 되었다기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지식욕이 아닌 다른 욕심을 채우고 싶을 때도 잦았다. 한 가지를 욕심내면 둘셋도 가능하다. 뜬구름이나 잡는 소리로 주의를 흐렸고, 말의 무게를 줄일 줄도 안다. 자신의 염원을 알아차린 이후로 이를 다루는 법도 배웠다. 안다고는 하지만 당위와 탐욕 사이의 선택을 언제나 어려워했다. 자칫하면 이전처럼 모든 소원에 휩쓸릴 듯싶어서였다. 결국 원하는 대로 몇 쥐었다가 멋대로 내어주니, 그게 저 상태인 모양이었다. 이는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나 그렇고, 본인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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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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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 ::

회백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소원탑에서 제 존재를 자각했다. 창현국의 중앙, 연청의 아름드리나무, 사람의 손길이 자주 닿은 돌탑. 그자가 자주 보았고, 발 묶여 맴돌던 곳은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일이라고는 사람들이 찾아와 비는 소원이었다. 기원하는 내용은 참 다양했다. 주로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였지만, 잘 되길 바라는 소망 외에도 누군가를 해하는 욕망도 끼어있었다. 본디 인간이 아니었던지라 인간의 기준을 몰랐으니, 처음에는 다 듣고만 앉아있던 것이 일상이었다. 회백은 각기 소원의 색깔은 얼룩덜룩했으나 강렬한 기원, 딱 그것 하나가 뭉쳐서 나온 존재였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싶어 밖으로 나돌고자 했는데, 그 여정에서 요괴로 바뀌었다. 몸은 발걸음이 가벼워 편해졌으며, 머릿속 상념은 금방 날려버려 무지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따라서 버릇처럼 상대방의 소원을 듣고자 해도, 갈피를 잡지 못하여 얼른 잊어버리고자 한다. 애당초 이자에게는 소원을 직접 들어줄 능력이 없었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 100년 사이 ::

늘 그렇듯 발걸음이 가벼워 여기저기 나다녔다. 돌아다니면서 누군가의 기원을 들어주는 식의 삶이다. 무엇을 하려는지 호를 환선(紈扇)으로 바꾸어 이전보다 한곳에 길게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언가 잘되지 않는지 미련 없이 떠돌아다니던 시간이 길다. 환선(紈扇)의 평은 썩 좋지 못했다.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가, 들어주지 않겠다고 내쳤다가, 다시 들어준다고 하였으니, 드문드문 들리는 말이 많았다.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 소원탑이 안 좋은 쪽으로 변했다는 풍문에도 꿋꿋하게 지낸 모양이다. 이후로도 몇 군데 전전하다가 무슨 일인지 갑자기 근거지였던 연청으로 돌아가서 신령이 되었다고 했다. 연청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그때 섞여들었는지, 그전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얼마 되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호는 다시 회백(晦魄)이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커다란 나무 아래 소원탑이 있다는 소문은 드물었다.

 

 

:: 호칭 / 말투 ::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를 호칭이 중구난방이었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무관하게 그랬다. 흐릿하게 선생으로 통칭하기보다는 뚜렷하게 호를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선생이나 공과 같은 호칭을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이름을 알아도, 이름을 불러도 상관없는 존재여도 절대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었다. 말투만 보면 평이하여 특별히 무례한 구석은 없었다. 다만 쓸데없이 완급 조절이 강하게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상대방의 의견을 구할 때는 말을 버벅거리거나 흐리는 일이 잦았으나, 예전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 호불호 ::

자신이 가보지 못한 장소나 경험하지 못한 시간대 이야기 듣기

무언가를 배우기 (화술, 작문, 도예, 무술 등). 하지만 능한 것과 별개이다.

바깥나들이 및 활동적인 일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욕망

인간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신앙

수풀, 바다 등 자연

자신의 염원 그 자체

간이 센 음식

 

불호

담백한 음식

지위가 높은 자들

한 곳에 가만히 있는 일

버거운 염원

낙화

 

 

:: 습관 / 취미 ::

다급할 때면 "선생!" 이라며 부르고 본다.

손이 심심하면 옷소매나 천 자락, 구슬 등을 산만하게 건드렸다.

굳은살이 많은 손은 무언가 고민될 때, 한 번 힘주어 주먹을 쥐었다 편다.

다른 존재의 의견을 구하거나 배움을 청할 때는 유독 말을 머뭇거린다.

기록하기보다 머리로만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들어 조각에 흥미를 붙였다.

무언가를 배운답시고 떠돌아다니며, 타인의 의중을 알기 위해 이것저것 말 섞기는 이자가 자주 하는 것들이다.

 

 

:: 기타 ::

환력을 사용할 때는 머리카락이 희게 변한다. 끄트머리만 푸른색을 찾을 수 있다.

구슬에 물을 채우느라 물웅덩이 찾기를 자주 했다.

무언가에 흥미를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져서 누군가 재밌다는 분야는 이것저것 접하고 있다.

평소 잘 보이지도 않았고, 본인조차 낯선지 뿔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몇 박자 느리게 받아들인다.

빈말과 공수표가 많이 늘었다.

이번 여덟 번째 호중천이 두 번째 참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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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머무는 곳
00:00 /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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