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여전히 그림은 잘 못 그립니다. ”

玄
현
123세|189cm
외관 20대 중반



적당히 부드러운 감촉을 지닌 검은 생머리. 앞머리는 한 쪽이 살짝 길어 오른눈을 조금 가렸고, 길었던 뒷머리는 깔끔하게 쳤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듯 늘어뜨린 눈썹, 살짝 올라갔으나 우울해 보이는 눈매.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면 머지않아 긴 처마 아래로 도망가고, 머리칼에 가려져 있던 쪽의 눈동자는 희다. 눈 밑으로 뺨을 가르듯 그어진 문양이 각각 두 개.
양 귓바퀴를 둥글게 말아 감싸듯 걸린 고리에는 말단이 검게 물든 흰 술을 늘어뜨린다. 목둘레를 감싸는 듯한 흰 털이 달린 겉옷은 앞뒤가 갈라졌으며, 회청색의 도포가 단정하다. 소매는 토시와 끈으로 고정하였으며 양손에 중지를 잇는 부분 장갑을 끼고 있다. 왼손에는 7차 호중천 당시 나누었던 구슬 팔찌가 끼워져있다. 다만 잘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는 눈치. 100년 전과 같이 평범하게 검은 신 두 짝이 눈에 들어온다.
여전히 다소 억울해 보이는 인상. 다만 매번 굽었던 등이 바로서고, 가슴을 열어 편 자세.




환력


먹필
손끝과 손짓에서 그려지는 먹물을 다룬다.
형태와 다르게 일반 먹이 아닌 신력의 일종으로, 담은 신력의 정도에 따라 유효시간이 정해진다. 그릴 때 담은 신력이 모두 소진되면 끝부터 부스러지다 자연히 투명하게 변화하여 흔적이 남지 않는다. 다만 그 성질이 기초의 먹과 닮아 물을 만나면 유효시간이 단축되며 형태가 조금 흐릿하게 번진다. 먹을 소량 사용할 때는 변화가 없지만, 대량으로 사용할 경우 눈의 흰자위가 검게 변하고 눈동자가 희게 빛난다.
이하 환력에 의해 변화한 부분은 3차원의 공간에도 획을 그릴 수 있게 된 점과, 그린 것의 본질에 따라 면적, 부피, 무게, 강도와 성질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산맥을 그리면 획의 기세에 따라 단단한 대지가 솟아오르며, 강줄기를 그리면 유한 곡선을 따라 먹이 뻗어나간다. 생물을 그리면 마치 생명이 부여된 듯 자의로 움직이고, 무생물을 그리면 우직한 그 성질을 그대로 따라간다. 어쩌면 창조의 성질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르나, 그려진 것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의 열화에 불과하며 수명은 기존 신력의 지속시간을 따른다. 그리는 대상의 본질을 얼마나 정확하게 담아내느냐가 작품의 기세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100년 전, 묘사 실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환력의 사용이 능숙해졌다. 더 이상 붓을 사용하지 않으며 오롯 손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먹물의 물량공세는 이제 가장 지양하는 방향이 되었으나, 급하면 습관으로 나오는 모양.




보제


붓
과거 유명 인간 화가의 마지막 붓이라 일컬어지는 것의 본질이자 정수.
외형은 사군자 붓의 일종으로, 대는 검은 죽관이며 흰 호를 포함하여 약 한 자를 넘는 길이. 현재는 그 도구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므로, 외형을 둔갑시켜 주홍빛의 구슬로 만들었다. 귀걸이와 이어진 줄에 달려있다.




성격


낮은 자존감 | 조금 철이 든
여전히 눈물이 많고 | 사뭇 다정하며 | 끝내 선한
마주하는 것은 시선이요, 정돈된 목소리는 시간의 흐름이라.
겁쟁이, 울보. 큰 소리가 나면 제 등을 움츠리기 바쁘고, 남 뒤에 숨어 주위를 힐끗였던 것. 소극적인 심성을 감추려는 듯 부러 툭툭 내뱉었던 말투는 인간의 아이가 성장하듯 바로잡혀갔다. 둥글고 작게 빚어진 자존감을 품은 채 건네는 목소리는 낮지만 이제 떨리지 않았고, 마치 귀한 집에서 큰 자제처럼 정돈된 말투를 가졌더라. 때때로 과거의 모습이 비치는 듯 싶지만 치기 어리던 투정과 불만 표출이 줄었으며 꽤나 어른스러워졌다. 또한 감정을 쉽게 드러내던 것이 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훌쩍 철이 들어버린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잘못의 인정이 빠르고, 제 뜻을 남의 뜻보다 먼저 굽히며, 사과 역시 잊지 아니함은 그 여린 속이 간직한 잔재다.
곧게 가슴을 편 모습에도 여전히 내미는 손은 낮고 따뜻했으며.
매번 모든 자극에 도망치기 바빴던 신령은 한 번 멈춰 설 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막막한 것을 마주하거나 두려움이 엄습할 때면 망설이는 기색이 있다만, 매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가시를 세우기 바빴던 날의 모습은 멀어졌다. 여전히 남의 근처를 서성이거나 누군가의 주위를 맴도는 것은 여전하지만 괴이가 겨우 100년을 가지고 그 성향이 모두 바뀌었으랴. 다만 이전에는 제 생각만 할 줄 알아서 맴돌기만 할 뿐 남에게 먼저 다가가는 드물었지만, 지금은 먼저 말을 걸거나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차를 권하기도 하고, 미숙하지만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눈치는 조금 생겼는지 별일이 없다면 아주 귀찮게는 안 한다. 다만 체념적이어서 포기가 빠르던 과거와는 다르게 거절 시 묘하게 마음에 담아두는 것은 없잖아 있을지도.
홀로 시간을 보내는 법을 깨달았는지 주위가 조용할 때면 제법 실물 같은 호랑이와 개 한 마리, 그리고 참새 두 마리를 그려 그것들과 이야기를 하곤 한다. 드물게 보이는 다정하고 따스한 눈빛은 그가 그림에게 어느정도의 애정을 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여느 때와 같이 한 발짝 앞서는 어린 등이 있었다.
그 유약한 성격에 남을 해하는 것에는 재능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롯 남의 아픔을 위해 치유하고 헌신할 능력 역시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함께 도망갈 시간을 버티는 방법만이 허락된 유일한 것이었다. 억지로 두려움과 억울함에 점철되어 앞으로 나섰던 어린 신령은 여전히 전장의 가장 선두에 선다. 발길을 옮기는 것은 마땅한 당위성도, 정의감도 아니었으며 도덕심 또한 아니었지만, 그 100년을 지나오며 깃든 작은 바람이 다정히그의 등을 떠밀었다. 모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마주 해낼 용기는커녕 오기조차 없으며, 낙화는 두렵고 스러지는 것 역시 죽어도 싫다. 그럼에도 그런 움직임에는 다른 것이 섞여들었다. 어쩌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 선의, 또는… …




기타


❚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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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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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국화 향
❚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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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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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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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할 때 이따금 눈을 꾹 감았다 뜨는 것
❚ 선호
자연 | 동식물 | 문예 | 다정 | 과일주
적당히 조용한 | 담소 | 온기 | 다도 | 살구당과
❚ 불호
장마 | 습기 | 다정 | 자신이 그린 그림
침묵 | 시끄러움 | 꾸중 | 놀림 | 폭력
❚ 신령
마치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세밀한 표현과 특유의 화풍으로 사랑받았던, 전설적인 근대 명 화가라 손꼽히는 인물의 고향이자 마지막 삶의 종착지인 연청. 그 중 가장 민가가 밀집한 곳에 세워진 도화서는 그의 생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손에 꼽는 수의 수제자들이 그의 죽음 이후 생전의 인물을 기리고 도화가 육성의 뜻을 펼치고자 설립되었으며, 올 해로 꼭 이백 해가 된다.
따라서 도화서에는 자연스럽게 그 인물의 유품 또한 보존 및 전시가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쓰러지기 직전 그가 쥐고 있던 사군자붓이다. 별당으로 보존된 기념관의 가장 중심에 놓여져 있으며, 생전 그의 가장 마지막 손길이 닿은 것이기에 화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무릇 그 붓을 모르는 이가 없다. 붓을 중심으로 도화서의 어린 화원들의 동경, 스승으로 둔 제자들의 경외. 작품을 보고, 알며, 예찬하는 이들의 오랜 마음이 모여 신령을 낳았으나 정작 그 추종자들은 소식을 알지 못한다. 알음알음 사군자붓에 신령이 깃들었다는 이야기를 요괴와 신령, 혼혈들은 듣거나 직접 마주한 적이 있지만, 붓에 깃든 어린 신령은 자신을 자각한지 스물 세 해에도 유독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 7차 호중천 이후
그런 약 40년 후, 평화로운 연청의 도화서 가장 안쪽에 거취를 위한 별당이 세워졌다. 그 능력이 가장 출중하기로 알려졌던 5대 도화서장의 죽음을 끝으로 붓에 깃든 신령이 도화서의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머리의 반듯한 청년의 모습을 가진 신령은 그림을 움직이게 하고 실체화하는 능력이 있었으며, 그 화풍과 실력이 오래 전설시 된 화가의 것과 가장 닮아있었다. 도제 출신의 5대 도화서장이 이제껏 유일하게 그 화가의 작품의 근삿값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 그 신령의 실력은 출중하다 못해 그 화가의 재림이라며 어린 도화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쩌면 그 도화서장의 스승이 본래 그 신령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꼬리를 잇는다.
그러한 도화서는 여덟 번째 호중천이 소집되기 3년 전에 제 명을 다하여 문을 닫는다. 간단하게는 나라가 혼란하여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어려우니 사람들이 풍류와 문예, 시와 그림을 사랑할 여력이 없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도화서가 그 용도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연청으로 전국의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많은 인간들이 거취 할 곳을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돈으로 해결할 집은커녕 당장 배를 곪을 문제로 길바닥에 앉아 생을 마감하게 생겼으니, 민가가 가장 밀집한 도화서 부근의 상황은 말로 표현을 다하기 어려웠으리라. 때문에 마지막 7대 도화서장은 명이 다한 서원의 문을 열어 피난민들의 거취로 사용하게 했으며, 그 관리와 후대 예술문화의 도모는 남겨진 신령의 손에 쥐어졌다.
이따금 밤길에 나선 사람들은 거대한 흰색의 먹빛 용이 도화서를 감싸 안은 형태로 똬리를 튼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제 근본이 시작된 곳에 대한 신령의 애정이었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인간에 대한 다정이었으며, 견고하게 쌓아올린 무언의 간절함이었다.
❚ 호칭
( 기본: 존대, 가끔 반말의 혼용 )
타인: 너, 당신, 호, -씨, 선생, 댁 등
자신: 나, 저
때때로: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