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돕겠습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


이시미
730세|162cm
외관 나이 10대 중반



::창백한 피부와 달빛에 그을린 듯 새하얀 머리칼. 소년은 꼭 북부의 설원을 닮았다.
::곱슬기 하나 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지 않을 정도에서 일자로 손질되어 목덜미에서 가볍게 살랑이고 있다. 눈을 가린 검은 종이에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은 글자가 붉게 새겨져 있다. 표정 변화가 적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의외로 딱딱하고 예민하게 느껴지는 인상은 아닌 듯하다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고 비죽이 솟은 두 개의 검은 뿔이 있으나 한 개는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로 부러져 있다. 검은 손톱과 발톱이 돋아난 손과 발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다.
전체적으로 얇고 가느다란 체형이라 그다지 단단하고 다부져 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추위와 더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는 듯 북부 출신답지 않게 가벼운 옷차림은 물론 신도 신지 않은 맨발로 대지를 걷는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고 흰 옷은 땅으로 차분히 가라앉는 선을 가지고 있다. 소매는 넓고, 옷자락의 끝은 좁게 떨어져 크고 활발한 움직임을 일삼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깨에는 붉은 술로 만들어진 매듭을 달고, 비슷한 빛깔의 실로 수놓인 검은 천을 길게 두르고 있어 바람이 불 때면 가볍게 흔들린다.
::보통 사람들의 따뜻하고 말랑한 살결과는 다르게 소년의 살갗은 다소 무기질적이고 기묘한 질감과 서늘한 체온을 가지고 있다. 그 탓에 얼핏 보면 질 좋은 대리석을 정성껏 깎아 만들어낸 조각상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환력


망위;望慰
본디 타고난 힘은 맹독이었으나 상흔에 황룡의 힘이 깃든 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인간과 괴이의 존재를 가리지 않는 치유를, 혼돈 아래 마수에게는 무엇보다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자신의 피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낸 상처는 비교적 빠르게 아무는 특성이 있다.
타인이 치료를 받을 땐 핏물을 직접 마시거나 상처에 접촉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아군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잠시의 틈이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전투에서는 피를 토대 삼아 약식으로 주술진을 그려 먼 거리나 넓은 범위에 힘이 닿도록 사용하기도 한다.
마수를 상대할 땐 저 혼자 싸운다면 모를까, 다른 이들이 있을 때는 보제에 자신의 핏물을 발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무래도 본인의 완력이 강하지 못하다 보니 비교적 효율적이지 못한 수단이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방식인 덕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괜찮은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전투적 감각이 좋은 이라면 그가 마수를 상대하며 싸우는 모습에서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꿰맞춰 돌리는 것처럼 어긋난 부분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보제


별무리를 뭉쳐 만든 것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단도.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보통은 손바닥 등에서 쉽게 피를 내기 위한 단도로 사용하고, 마수와의 전투 시에는 자신의 핏물이 고이기 쉽도록 기묘한 문양의 홈이 음각된 무기로 형태를 바꿔 사용한다.
한 형태로만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다루는데, 대체로 기본 이상의 숙련도는 보이지만 한 가지 방식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번 바꿔 사용한다는 것은 반대로 자신에게 꼭 맞는 전투 방식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뜻이 되리라.
보제로 구성한 무기들은 어지간한 충격에는 부러지기는커녕 흠집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
평상시 무기를 꺼낼 필요가 없을 때는 액체처럼 녹여 넓은 소매 안쪽에 팔찌처럼 둘러 두었다가 필요할 때 날을 벼려 사용하곤 한다.




성격


::담담한, 정중한
“상처를 소생에게…. 네, 잘하셨습니다.”
그는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이다. 쉬이 화를 내지도, 소리높여 웃음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감정이 둔하고 무디다기보다는 그저 발화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대할 때도 한결같이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했고, 구태여 필요 없는 분쟁을 만드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의외로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성품이라 다른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도 곧잘 하곤 했으니 본인의 감정을 갈무리하고 적절히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물소리조차 내지 않고 흐르는 강이 도리어 깊은 법, 그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야 강의 밑바닥에 무엇이 가라앉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부드러운, 온유한
“잘 참으셨습니다. 자, 당과를 드리지요.”
인간들과 함께 살 때는 그들을 수호하는 역할이었던 탓에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을 돌보고자 하는 성향이 남아 있다. 한 번씩 타인의 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이, 혹은 돌봐야 할 존재 대하듯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호중천에 모인 괴이들이 당혹해할 만한 일도 있었으리라.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인간과 오래 산 티를 낸다고 하기도 했다.
온전한 괴이보다는 인간, 혼혈에게 조금 더 유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치료를 마친 후엔 가벼운 칭찬과 함께 당과를 건네기도 하는데 이 모습이 아픔을 잘 참은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모양새라 처음 겪는 이들이 낯설어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돌보며 오랜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이라 다른 사람이 언급하기 전에는 이상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 모양.
::자비 없는, 냉혹한
“지키는 자이기에 그저 자비로워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이는 울타리 밖의 것에게 자비를 두어서는 안 되는 법. 그가 혼돈에 속한 것들에게 보이는 태도는 더없이 냉혹하고,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누구보다 비정했으나 그 모든 것은 얼음 같은 이성 위에 세워져 있으니.
구태여 불필요한 고통을 연장하거나 살육을 즐기는 성정은 아니었으나 지키는 자로서 해로운 것을 가만히 두고 보는 취미는 없었기에. 그는 성실하여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협하는 것들에게는 충분히 잔혹했고, 동시에 보호의 대상에겐 더없이 충실했으니 선을 잃고 날뛰지도 않았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알았고 그 기저를 이루는 사고방식은 지독히도 이성적이고 고요했다.




기타


:: 알려진 이야기
ㅣ이시미. 북부에 둥지를 튼 이무기.
광막한 설원, 하늘에 닿을 듯 드높은 절벽과 빽빽한 산맥 사이 숨겨진 분지에 얼지 않는 샘이 있다. 그 샘의 물을 마시면 병이 낫고, 상처를 씻어내면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진다는 소문이 있다.
호수 주위엔 자연히 소문에 이끌려 다치고 병든 자들이 모이고, 이름도 붙지 않은 자그마한 마을을 이루었다.
그 샘에 터를 잡고 있던 이무기는 상처 입고 다친 채로 모인 이들을 사랑했고, 그리하여 마을과 사람들을 비호하여 지키기로 하였다.
시간이 흘러 자그마한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북부 끄트머리 산자락이 숨긴 마을에는 어떤 병과 상처도 고쳐주는 샘이 있지만 집채만 한 이무기가 샘을 차지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둔다더라. 하여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 그 마을은 이무기 마을이라고 불린다.
허나 소문에 밝은 이들이라면 상처를 보듬고 치료하는 것은 샘이 아니라 그 샘에 자리 잡은 이무기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ㅣ겨울에 머무는 신령
태어나길 요괴로 태어났으나 인간을 돌보고 마수에게서 그들의 터전을 비호하니 그를 숭상하며 모시는 이들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시미라는 호칭에 고이는 신앙이 그를 신령의 자리로 이끌었으니. 허나 이무기가 천 년을 묵으면 용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는 공덕을 쌓고 수련을 거듭해 천계로 비승하는 일은 물론 용이 되는 것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일들이 제가 지키던 땅을 떠나게 할 테니 사랑하는 땅과 사람들 곁에 남고자 이전 호중천의 소집령도 거절한 채 북부에 남던 이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점점 매서워지는 혼돈의 마수들에 이대로는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했는지 다시금 들려온 황룡의 목소리에 응답해 제 힘의 일부를 잘라내 샘에 심어두고 일곱째 소집령에 응답했다. 그러니 무엇도 하지 않을 때마다 그의 시선이 늘 북쪽을 향해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 그 밖의 것들
ㅣ머리에 돋은 뿔과 날카로운 손톱, 송곳니가 있긴 하나 상당히 온전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본연의 형상은 따로 있는 듯 하나 인간들 사이 보다 쉽게 녹아들기 위해 최대한 인간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ㅣ그의 몸속에는 붉은 핏물 대신 보석을 녹인 것처럼 기묘한 색채로 빛나는 황금빛 액체가 흐른다. 그가 발휘하는 치유의 매개. 이무기로 태어나 핏물과 숨결까지 독이 되었으나 상흔에 황룡의 힘이 깃들어 지키고자 하는 이에 한해서는 존재를 가리지 않는 치유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양과 어울리게 일반적인 피와 달리 서릿발처럼 차가운 온도를 가졌으며, 진득하고 묵직한 질감으로 흐른다.
ㅣ소년기 특유의 다소 높은 미성의 목소리. 기본적으로 서늘한 온도감을 지니고 있으나 말하는 어조가 정갈하고 다정한 편이라 날카롭거나 싸늘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간혹 북부에서 구전되는 옛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는데 그 모양을 보자면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르는 것 같다.
ㅣ1인칭은 소생(小生). 오랜 기간 인간을 돌봐온 까닭에 특정한 상황에서 다소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어조가 느껴지긴 하나 늘 정중하고 단정히 정돈된 경어를 사용한다.
ㅣ북부에 남겨두고 온 이들에 대해 걱정이 많은 듯하다. 학유의 중심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고, 위치를 알지 못하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묘한 지형에 있는 탓에 제후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만큼 외부와 교류가 드물어 소식이 닿기 어려운 까닭이다. 마을까지는 닿지 못하더라도 인근의 소식을 전해줄 이를 만난다면 굉장히 기뻐하리라.
ㅣ본디 타고난 능력도, 황룡에게서 부여받은 능력도 본격적인 육탄전과는 거리가 먼 탓에 신체의 완력은 잘 쳐줘야 평균, 혹은 그 이하라고 볼 수 있다. 움직임이 빠르고 몸이 가벼운 편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때문에 직접 전투에 임할 때는 보제를 주공격 수단으로 삼고, 본신의 능력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ㅣ기본적으로 편안히 여기는 전투 방식은 핏물을 벼려 쏘아 보내거나 독무를 피워올리는 등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방식. 무언가를 지키며 하는 싸움에는 몹시도 어울리지 않는 듯 하나 홀로 싸울 수 없는 환경에서 살다 보니 그런 방식 대신 보제를 이용한 근접 전투 방식을 택한 것 같다.
ㅣ핏물에서 나는 향이 몸에도 영향을 미친 것인지, 몸에서 나는 향이 핏물에도 밴 것인지 그에게선 언제나 메마른 꽃잎 향기가 겨울바람처럼 불어온다.
:: 좋아하는 것
ㅣ크고 작은 다양한 동물들.
종과 형태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동물에게 다정하게 구는 편이나 그의 본질이 커다란 뱀인 이무기라서인지 소동물과는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듯싶다.
ㅣ연약하고 미숙한 것.
인간을 포함해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이들에게 상당히 큰 애정을 쏟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둥지 인근에 모인 마을의 인간들에게는 유독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하다.
ㅣ악기 연주
노래도 곧잘 하지만 인간의 사이에 섞여 오랜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취미 삼아 악기 몇 개를 익혀두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누가 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ㅣ차와 간단한 다과
신령과 요괴는 별다른 음식 섭취 없이도 삶을 이어가는 것에 문제가 없다지만 오랜 기간 인간과 섞여 살아온 탓인지 무겁지 않은 음식 몇 가지는 기호에 따라 먹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차와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 음식 자체를 즐긴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초청해 대접하며 부드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즐기는 듯하다. 북부 설산 지대에서만 만들 수 있는 꽃차를 챙겨왔으니 가벼운 다과를 요청하면 즐거워할 것이다.
:: 싫어하는 것
ㅣ혼돈과 마수
황룡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 중 그 질서 너머의 것들을 좋게 여기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그는 유독 혼돈에 속한 것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것들이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취해갈 것을 염려해서일까, 평소의 담담하고 유하던 성품이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잔혹한 손속을 보였다.
ㅣ불과 열기
더위를 타지는 않지만 본디 물에서 비롯한 이무기인 탓인지 작열하는 태양과 불, 열기, 건조하고 바짝 마른 공기와는 좀처럼 상성이 맞지 않았다. 혹자는 그가 북부에 터를 잡은 이유도 주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가 아니냐며 농담을 할 정도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