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만큼은 나를 부정하지 말았어야지. ”


柱石
주석
4228세|181cm



환력


망운지정 (望雲之情)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
중력의 일시적인 가중 및 경감.
가중에 더 능하다.
마지막으로 쓴 기억이 이미 오십 해를 넘겼다.




보제


뒤꽂이
달린 장식이 화려하거나 비싸 보이진 않았으나, 잎 모양을 따라 은은한 빛을 내는 흰 꽃 한 송이 주변으로 한겨울의 눈처럼 퍼진 자그마한 장식이 오밀조밀하니 시장통에 마구잡이로 굴러다니던 것만큼은 아닌 듯하였다. 평소엔 허리춤에 묶어둔 작은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보제라 하면 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텐데 어째선지 한 번 부서졌다 붙은 흔적이 남아있다. 그동안 느껴지지 않던 세월의 흐름 역시 눈에 띄게 보였다.




성격


◈ 회피하는
◈ 무기력한
◈ 회의적인
그는 여전히 잔잔하고 고인 못과 같았다. 하나 너무 오랫동안 고여있던 못은 끝내 물은 탁해지고 이끼로 가득 덮이고 만다. 뭍 아래로 보이던 다정함은 어디로 갔는지 당신과 쉬이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아니, 마주치지 않는다기보단 바라볼 생각조차 않는 것에 가깝다. 흐릿한 초점은 그 끝에 다른 것을 두고 있으니 말을 걸어도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더 이상 곤란한 이를 도우려하지도 않았다. 먼저 도움을 청하면 머뭇거릴 때도 있었으니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부러 구박하거나 타인을 미워하는 면은 보이지 않았어도 이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크나큰 변화였다.
이제 주석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은 말 없이 무리의 가장 바깥에서 세상과 저는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로 홀로 서있는 것 뿐이다.




기타


◈ 고독의 신령
고독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던 아낙네의 작은 고독에 의해 태어난 괴이는 자신이 무언지 채 깨닫기도 전에 본능에 이끌려 죽어버린 정인의 흉내를 내었다. 그 결과, 원망도 감사도 받지 못한 채 떠나보내니 눈앞에 적막만이 남아서야 다른 고독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채 홀로 안고 살아가는 감정들은 크건 작건 모두에게 존재했고 이는 곧 감춰진 신앙이 되어 그를 있게했다. 그리하야 모든 고독에 답하고자 떠났던 여행이 사천 년이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부름에 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세에 고독이 사라졌다 할 수 없으니 그는 여전히 신령이다.
◈ 외형
명주실 같은 백색의 머리칼과 인간에게선 보기 어려운 금빛 시선, 그 모습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음에도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짙은 흑색의 머리칼과 시커멓기만 한 시선. 그를 새로이 알게 된 어린 인간들은 그 시절을 알지 못한다. 사천 년간의 헌신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청해도 답하지 않는 그를 잊는데엔 오십 해가 채 지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더이상 누구의 눈에도 들기 싫은 모양인지 옷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색을 감추었다.
◈ 근황
소식이 끊긴 것 또한 오십 해 정도 되었다. 그 전까진 학유의 한 마을에 있었다 하나 쉬이 마을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찾아가겠다 말한 약조들은 다 허사가 되었다. 괴이들 사이에선 이제서야 비승하였다, 신앙을 잃고 요괴가 되었다, 도는 말들은 많았지만 여덟번째 호중천에 이리 얼굴을 비춘 것을 보면 모두 부정이었다. 한 괴이가 어찌 이리 나왔는지 묻자 주석은 시선도 마주하지 않은 채 곡옥을 쓸 곳이 생겼다 대답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