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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魔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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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이 그의 옷자락을 잘라내어 명하니, 가서 산 것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라 하였다.

 

 

질서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어느날, 그 때부터 괴이한 것들이 창현국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살아있지도, 또는 죽어있지도 않았으나 끊임없이 산 자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베어내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허상에게는 마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수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았고, 또 가진 힘이 미미했기에 뭇 신령의 신력이나 요괴의 요력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변은 천천히, 또 꾸준히 찾아왔다.

점차 신력과 요력으로도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마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질서의 벽에 틈새가 생기기 시작한 때부터였을까. 창현국의 백성들은 그제야 마수가 혼돈의 하수인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혼돈이 마수를 부려 세계를 집어 삼키려 한다는 사실과, 이대로 가다가는 온 천지가 혼돈에 잠식되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되돌아가리라는 사실도.

그러나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뾰족한 방책이 곧바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다. 눈물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흘렀으며 비탄이 북쪽 산머리에서 남쪽 끝자락까지 울려 퍼지길 얼마나 반복하였을까. 황룡, 천령은 고통에 신음하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낸다. 자신의 힘을 잘게 나누어 혼돈을 이겨낸 자들에게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황룡의 축복을 받아 이능력을 몸에 담은 이들이 마수를 물리치니, 이는 혼돈을 제압하여 질서로 만듦과 같음이라. 마수의 목을 쳤을 때 질서의 벽이 보다 굳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리하여 황룡은 세계를 완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하여 백 해마다 한 번 축복받은 이들을 불러들이기로 결심하니, 이것이 호중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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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천壶中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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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해에 한 번, 황룡의 부름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환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황룡은 이들을 호중천이라 이름 붙이고 창현국 각지로 보내어 마수를 토벌하도록 명하였다.

호중천에서는 발현한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 내려주는 칭호가 있었다. 수호의 힘을 지닌 자는 탐랑貪狼이라고 불렸고, 공격의 힘을 가진 이들에게는 파군破軍이라는 이름이 내려졌으며, 마지막으로 치유의 힘이 발현되었다면 녹존祿存으로 구분되었다.

호중천의 모든 이는 서로를 평등한 동료로서 여겨야 하며, 소집령이 풀어질 때까지는 어떠한 원한이 있더라도 동료를 공격하는 일만큼은 금지되었다. 즉 호중천 아래에는 명확한 상하가 없었으며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이 세계를 지킨다는 동일한 목적 하나뿐이었다.

또한 소집에 응하여 마수 토벌을 완료한 이들에게는 곡옥이 하나씩 내려진다. 이는 황룡의 힘이 짙게 깃든 보배로, 쓰는 이의 소원에 따라 효력이 달라지는 물건이었다. 각자의 힘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수명또한 능히 백 해를 늘릴 수가 있으니, 환력을 가진 이들 중에 부름을 받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자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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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력换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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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접촉하여 이겨낸 신령과 요괴에게는 상흔이 남는다.

황룡은 이를 혼돈과 싸울 수 있는 자의 증표라 여겨 상흔을 가진 이에게 특별한 힘을 내려주었다. 이는 그들을 통해 혼돈의 침략을 맞고 세계를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는 태산과도 같은 굳건함으로 마수로부터 모두를 지키는 힘을 갖게 되었으며, 누군가는 마수를 베어 넘기고 길을 개척하는 힘을, 또 누군가는 마수에게 희생당한 것들을 치료하고 보듬는 능력을 받았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기이한 힘, 그리고 신력이나 요력과도 다른 이 힘을, 사람들은 환력이라 불렀다.

아주 오래 전에는 신령과 요괴가 본신의 힘만으로도 마수를 물리칠 수 있었다. 허나 마수에 담긴 혼돈의 힘이 강력해짐에 따라 마수를 물리칠 수 있는 자는 오롯 환력을 가진 신령 혹은 요괴뿐이 없게 되었다.

이렇듯 환력은 황룡의 축복이자 무거운 의무가 따르는 힘이라 할 수 있겠으나, 상흔을 가진 모두에게 환력이 깃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가득 찬 그릇에 물을 더 부을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닌가. 본신의 힘이 너무나도 강한 자, 즉 천계에 들 정도의 경지를 이룬 신령이나 대요괴는 황룡의 손길이 닿아도 환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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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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